습작과 망작의 방

인터스텔라 OST - Mountains

Note

  나에게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빼놓지 않는다. 바로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맡은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출발 비디오 여행도 아니었고 예고편도 아니었다. OST였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던 때 우연히 OST를 듣고 이 음악은 뭐지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곧바로 검색을 해서 인터스텔라 OST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한 후 무한감동에 빠져 들었고 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스토리라인이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 먼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고 블랙홀의 사실적인 표현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감동스러웠다.

 

  아래 음악은 중력이 지구의 1.5배이고 온통 물 밖에 없는 행성에 착륙한 탐사대원들이 탈출하는 씬의 OST다. 행성 이름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탐사대원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거대한 산처럼 보였던 것이 점점 가까워졌고 알고보니 파도였던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었더니 눈 앞에 거대한 물의 장벽이 도달해 있었고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이 거칠고 완강한 그 모습. 거대한 우주(자연)에 내팽개쳐지고 무기력해 보이던 그들이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장면이 생상하게 떠올라서 아직도 몸에 전율이 흐른다.
 

물의 행성



  자, 들어 보자규!


페리숑 컴플렉스

Note

#페리숑컴플렉스


  1. 도움 받은 자가 도와준 이에게 그 직후에는 고마워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마움은 (언젠가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변질되어 도움의 가치를 조금씩 훼손시키며 상대를 점차 피하고 증오해가는 과정은 인간사에서 드물지 않다. 페리숑 컴플렉스이다.


  2.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외젠 라비슈의 <페리숑씨의 여행>에서, 페리숑씨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의 도움을 시간이 지날수록 과소평가하려 애쓰지만 정작 자신이 은혜를 베풀어준 사람에겐 호감을 느껴 자신의 딸과 결혼까지 시키려한다.


  3. 인간의 심리 기저에는, 자신이 도움을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부채감에 잊고 싶어 하는 반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늘 기억하고 싶기에 이런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Dr_Cheon_Keunah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조금 단순화하자면 내가 많이 사 준 사람은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나를 점점 기피하게 되고, 반대로 나에게 많이 사 준 사람은 나에게 호감(또는 받을 것)을 갖고 있어서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겠지.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남에게 많이 베푸는 삶을 살았던 사람은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살았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남는 것도 없었다더라 하는 말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다.

  전부터 느꼈던 것들이 피부로 와닿을 정도가 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 등등.


습작과 망작의 방

Note

  새해가 되면 다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을 골라서 신년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루고 싶은 것과 이룰 수 있는 것이 넘쳐나는 목표들 중 나는 벌써 5년째 빼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림을 공부하자.'


  어떻게 된 노릇인지 매년 열심히 하-려고-하지만 절대로 도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도저히 완료할 수 없는 목표라고 선을 긋고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어깨 위에 있는 게 장식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뒤늦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세웠던 목표는 너무 허무맹랑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의 현재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세웠던 너무 동떨어진 목표. 그래서 올해에는 조금 다르고 내가 성취할 수 있을 만한 목표를 세워 보았다.


  사람은 달아날 곳이 없으면 놀랄 만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그런 힘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니, 반드시 발휘해야만 한다. 더는 기다릴 수도 없고 나의 의지박약을 탓하는 것도 지쳤다.

  1. 달아날 수 없는 환경 만들기
  2.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3. 실행하면 바로 체크해서 눈으로 확인하기
  4.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일정 기간(하루, 주간, 월간) 단위로 결과 공유하기

  옛 성현이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내년에도 쓸 것이라고 생각해서 스프레드시트 파일을 첨부해 놓는다.

2017년 스케치 체크 목록.xls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