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과 망작의 방

잠이나 자

Note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웃으며 상대하는 것뿐이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 웃는 얼굴이 긍정적인 기운을 몰고 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사람의 주변에 여러 인간들이 모이고 화기애애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웃지 않는다면 나의 평판은 점점 나빠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웃는 얼굴로 지내지 않기로 했다.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버리기는 어렵고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노력들을 그만 두었다. 왜냐하면 나의 기분이 좆같기 때문이다.


    밤 11시 35분. 신나게 게임을 하던 사람이 나에게 뭐하고 있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오늘 다 못 한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과장된 어투로 나만 믿는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믿지 말라고 보냈다. 바로 이어서 나는 식욕을 잃으면서 의욕도 잃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답장이 없었다. 나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 건지 게임에 열중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무반응이 나를 찝찝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역시 우울할 때는 뻘짓하지 말고 잠이나 쳐자는 게 답이다.